그것이 사랑이든, 우정이든, 때로는 첫 사랑과 함께 본 한 편의 따뜻한 영화일 수도, 아니면 눈쌓인 도로를 달리며 창밖에서 바라본 백설의 풍경일 수도 있을 것이다.
나에게 크리스마스는 아직까지도 아련한 향수로 남아 있다.
첫번째 기억은 아마도 아직 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이었을 것이다. 그 당시 나는 외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었다. 아버지는 저 멀리 바다 건너 아주 먼 이국땅에서 생활하고 계셨고 어머니도 아버지의 뒷바라지를 하기 위해 떠나셨다. 어머니에 대한 어릴 적 기억은 어렴풋이 남아 있었지만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전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태어나고 얼마 있지 않아 외국으로 떠나셨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던 어느날 방안에 가만히 누워 TV를 보던 중 크리스마스와 관련하여 인형극을 방영하고 있었다. 조그만 다락방에 꾸며진 아주 아주 포근한 장식들과 가구들...
TV속에 비춰진 조그만 아늑함에 그냥 빨려들어가 그 안에서 단 하루의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었다.
그 이후로 나는 크리스마스가 다가올 때마다 왠지 모를 기대감에 잡히곤 한다. 아마도 다시 한번 그 때 느꼈던 포근함과 아늑함을 느낄 수 있을 거란 막연한 기대감 때문인 것 같다.
크리스마스에 대한 두번째 추억은 초등학교 2학년 겨울이었다.
내가 정확히 초등학교 2학년때라는 것을 기억하는 이유는 그 해 봄에 어머니께서 한국으로 오셔서 우리 삼형제(그중 나는 막내였다)를 데리고 아버지가 계시는 벨기에로 들어왔기 때문이다.
내가 살던 부산은 눈이 없는 지방이기 때문에 그 해 겨울에 머나먼 이국땅에 내렸던 눈은 낯설기만 했던 그곳을 가장 아름다운 마음속의 풍경으로 자리잡게 해주었다.
눈이 많이 내려 무릎까지 쌓였던 날 우리가 살던 동네 아이들이 모두 모여 눈사람을 만들기 시작했고 1시간이 지나자 내 키의 1.5배 정도 되는 높이의 눈사람이 태어나게 되었다. 눈사람의 눈,코,입을 만들었다는 기억은 나는데 무엇으로 만들었는지는 지금은 기억나지 않는다. 우리집에서 창문을 열면 바로 눈앞에서 보이는 곳에 눈사람이 있었기 때문에 밤이면 창문을 열어 가만히 그 눈사람을 보고 있으면 그 눈사람에 생명이 들어가 마치 사람처럼 곧 움직일 것만 같은 그런 기분이 들곤 했다.
그런 겨울의 한복판에서 어렴풋이 기억나는건 어느 오두막집과 같은 작은 건물에서 가족단위로 그 마을의 사람들이 모여 조용히 크리스마스 축하 행사를 하였는데 한 아버지가 어린 아들을 무릎에 올려 놓고 박수를 치던 정겨운 모습이 눈에 선하다.
토마스 킨케이드는 어쩌면 나의 어릴 적 크리스마스에 대한 추억을 가장 잘 표현해 준 미술가로 생각이 되어서 생소하지만 잠깐 소개할까 한다.
이후의 내용과 그림은 큐레이터이신 '김주희' 님의 블로그에서 가져온 것이다.
크리스마스에 가장 생각나는 그림,
크리스마스의 이미지를 사람들의 머릿속에 각인시킨
미국의 화가 토마스 킨케이드.
그의 이름은 몰라도 그의 작품을 몇점만 감상하면
어디선가 한번쯤은 본듯한,
우리가 생각하는 크리스마스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음을 눈치챕니다.
1958년 1월 19일 - 2012년 4월 6일. 그가 세상을 떠난지는 얼마되지 않았어요.
그는 미국의 서민화가, 빛의 화가 등 여러 가지 수식어를 달고 있지만
저는 그를 크리스마스의 화가라고 부릅니다.
아름다운 풍경과 동화 속 디즈니 세상도 그의 트레이드 마크지만
가장 저를 미소짓게 만드는 건 그의 크리스마스날이죠.
이 그림들 어디선가 본 것 같죠?
그에 관한 이야기는 굉장히 유명하죠.
그림이 팔리지 않아 전전긍긍하던 그에게
한 노인이
"모르는 사람을 위해 그림을 그리지 말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그림을 그려라"
라고 말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어머니를 위해 아름다운 마을을 그렸고 어머니는 굉장히 좋아했어요.
그 때부터 그는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크리스마스에 그림을 그려 주었고
그의 그림은 점점 유명해져 실제로 크리스마스 카드에 실리게 되어
오늘날까지 계속 - 그가 죽은 후에도 그의 크리스마스 카드는 전달되고 있습니다.
결국은 그림 속 그의 진심이 통한 것 같습니다.
아름답고 가고 싶게 만드는 그의 그림은 대중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데,
그는 뛰어나고 겸손한 성품으로 대중들에게 인간 토마스 킨케이드로서도 사랑을 받았습니다.
그는 독실한 신앙인으로 늘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었고
자신의 수익의 일부는 늘 어린이들의 꿈을 위해 사용했다고 합니다.
그림 속에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의 성품이 그대로 녹아드는 것 같습니다.
아 정말 예뻐요. 저도 이 그림 속의 트리 앞에 서 있고 싶네요!
토마스 킨케이드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그림 속 집안에 정말 들어가 보고 싶은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 같아요.
그는 유독히 집안의 풍경 대신 바깥의 풍경을 많이 그렸는데,
그 안에는 왠지 행복과 평안이 넘쳐 날 것만 같은 기대감을 주는 것 같아요.
사실 그의 그림 속 풍경은 굉장히 현실과 다른 이상적인 이미지인데 (특히나 한국에 사는 저에게는)
그래도 크리스마스나 겨울의 잊을 수 없는 밤을 떠올리면,
실제로 저런 풍경은 아니었더라도,
눈이 오는 날, 좋은 추억이 있던 그 날을 떠올리면 왠지 이런 날이었던 것 같은.
그런 느낌을 전달해 주는 것 같아요.
물리적으로는 아니었더라도
감정적으로는 저런 곳에 있었던거죠-
여러분에게도 그런 날들이 있으시죠?
어두운 면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빛을 주고 싶었다는 토마스 킨케이드.
어쩌면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가장 잘 알고 있었던 예술가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내가 가진 재능과 자원이 무엇이든 나는 사람들이 느낄만한 어두운 면에 빛을 주려고 노력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