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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에피소드

NAME : 최고관리자     DATE : 15-05-28 15:51     HIT : 762

수 일전 일이다. 결핵성 척추염으로 곱추가 된 환자가 있었다. 폐기능이 떨어져 오랫동안 대학병원에서 follow up 중이신 분이셨다. 최근 컨디션이 많이 안좋아지고 가래기침을 많이 하셔서 흉부 X선을 촬영하였고 가벼운 폐렴 소견이 있어 입원을 권유하였다. 혈액 및 객담 검사를 시행 후 바로 항생제를 투여하기 시작하였고 집에서도 간헐적으로 산소를 하셨기 때문에 입원 중에도 산소를 유지하기로 하였다. 입원 2일째 아침 회진 때 환자를 보니 약간 숨차는 것처럼 보였다. 산소를 하면 산소포화도가 92-93, 산소를 안하면 85 정도로 차이를 보인다고 병동에서 얘기하였다. 항생제를 쓰고 있고 산소를 하고 있으니 우선은 치료하면서 지켜봐도 무방할 것으로 생각이 되었다.. 오전에 외래를 보고 있는데 병동에서 갑자기 연락이 왔다. 환자의 산소 포화도가 69%밖에 안된다고... 듣자마자 외래 환자고 뭐고 병동으로 달려갔다. 달려가면서 여러 생각을 했다. 기도 삽관을 해야 하나, 전원을 해야 할 것 같은데 나도 같이 가야할까, 혹시 모르니 마취과 과장을 부를까 등등... 부랴부랴 환자에게 가보니 생각보다는 멀쩡해 보였다. 누워서 아무렇지도 않게 책을 보고 계시는 것이었다. 환자에게 괜찮으시냐고 물었다. 괜찮다고 하신다.. 의아했다.. 마침 간호사가 pulse oximery를 가지고 올라와서 손에다 끼웠다. pulse oximetry는 디지털로 된 조그마한 간이 기기였다. 측정된 산소포화도는 96%였다. 96이라고??? 위에서 보니 96이 69로 보였다... 그제서야 이해가 되었다... 산소포화도가 96%였는데 꺼꾸로 보고 69%로 보고한 것이다... 96과 69라... 생명이 왔다갔다하는 차이인데... 간호사가 내려오면서 미안하다고 사과한다.. "괜찮아요... 그럴수도 있지.." 말은 그렇게 했지만 속으로는 좀 허탈했다. 산소포화도가 69%가 나오면 한번쯤은 환자의 상태를 보고 뭐가 잘못된 건지 확인해야 하는 거 아닌가??? 안도감과 씁쓸함이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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