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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

NAME : 최고관리자     DATE : 15-05-28 15:58     HIT : 728

의사 면허를 받은 후 의사의 길로 들어선 지도 15년이 넘었다. 15년 간의 의사 생활을 하면서 내 마음에 지워질 수 없는, 지금도 간혹 그 때의 일이 떠올려지는 일을 나누고자 한다. 대학 병원에서 내과 전공의 2년 차를 보내던, 아마도 지금껏 살아 온 내 일생 중에서 가장 힘들고 바빴던 하루하루를 보내던 시기였다. 새벽 1-2시쯤 일을 마치면 원래 술을 마시지 않는 나였지만 왠지 모르게 마음이 울적하여서 편의점에서 맥주 1캔을 사서 아무도 없는 건물 옆 벤치에 앉아 마시곤 하였다. 혈액내과 외래를 통해 입원하신 30대 중반의 여성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입원 당시 복수가 많이 차있었고 입원을 했던 이유는 질병의 치료보다는 지지요법을 위해 교수님께서 병실로 올리셨다.. 점심을 먹고 있는데 병동에서 call이 왔다. 환자가 복수 때문에 많이 힘들어 하신다고..... 아직 환자에 대해 파악된 것이 없으니 우선 기본적인 검사를 하고 필요에 따라 복수 천자로 복수를 뺄 거라고 얘기하고 병동으로 올라가 기본 오더를 냈다... 그리고는 그 환자는 그날 내 머리속에서 사라졌다..... 다음날이었다.. 환자가 걱정이 되셨는지 교수님께서 직접 환자의 흉부 X선 검사와 심전도를 보시더니 서둘러서 심장내과 협진을 보라고 명하셨다.. 그때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였다.. 부랴부랴 환자의 차트와 검사 결과를 들고 심장 초음파를 시행하였고 검사 결과는 심낭압진(cardiac tamponade).... 응급으로 심낭천자(pericardiocentesis)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다시 심혈관촬영실로 달려가 거기에 계시던 교수님께 급히 말씀드리고 병동에 연락해 환자를 내려달라고 부탁하였다... 그런데.... 30분이 지나도 환자가 내려오지 않는 것이었다... 기다리다가 조급해진 나는 병동에 올라갔더니 환자의 혈관이 확보가 되지 않아 지체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급한 마음에 외경정맥을 확보하기 위해 병실로 달려갔지만 환자가 너무 심하게 호흡곤란을 호소하고 있고 더이상 지체할 수가 없어 바로 환자를 심혈관촬영실로 옮기기로 하고 이동 침대에 환자를 들어 눕히자마자 의식이 없어지고 호흡을 멈추는 것이었다... 급히 방송을 띄우고 심폐소생술을 시행하였다... 심혈관촬영실에서도 사태를 인지하였는지 교수님이 직접 병실로 올라오셔서 심낭천자를 시도하셨다... 하지만 모든 것이 이미 늦어버린 상황이었다... 곧 환자는 숨을 거두셨다... 순식간이었다... 남편분이 오셔서 애석해하며 옆에서 우시는데 나는 가까이 갈 수가 없었다.. 교수님께서 남편분을 위로해 주셨고 이미 시한부 선고를 받은 터라 모든 것을 수긍하시고 곧 장례식장으로 옮기셨다... . . . . . 나는 지금도 그 때의 일을 떠올리곤 한다.. 만약 내가 잠을 자지 않고 검사를 했던 그날 심전도와 흉부 X선을 검토해서 사태의 심각성을 미리 인지를 했더라면.... 환자가 힘들어하실 때 그냥 복수 천자를 했었더라면... 혈관이 확보가 되지 않을 때 지체하지 않고 바로 심혈관촬영실로 내려갔더라면... . . . . 그 날... 그 일이 발생했던 날... 나는 넋이 나간 사람처럼 복도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핸드폰 벨이 울렸다... 어머니한테서 온 것이었다... 왠지 내가 걱정이 돼서 전화를 거신 거라고 하셨다... "예! 엄마.. 전 괜찮아요..."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난 그 때의 일만큼은 아직 괜찮아지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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