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폴에서의 첫날밤을 보내고 다음날 아침 다시 공항에 가기 위해 호텔측에서 준비한 버스를 탔다.
버스가 출발할 시간이 됐는데 호주 청년이 보이지 않는다.
버스 기사가 차를 출발시키려고 문을 닫고 차를 움직이려 하는데 호텔 출입구쪽에서 호주 청년이 헐레벌떡 뛰어오는 것이다..
나는 반사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버스 기사에게 가서 손으로 뛰어오는 호주 청년을 가리키면서
"wait... wait"
다행히 버스 기사가 알아듣고 버스를 멈추더니 출입문을 열었고 호주 청년은 무사히 차에 오를 수 있었다..
다시 내 자리로 돌아오는데 어떤 중년의 백인 남성분이 엄지를 세우며 "good man" 이라 말해주는데 좀 부끄러웠다.
공항에 도착해서 다시 출국 심사를 마친 후 영국으로 향하는 싱가폴 항공기를 탔다...
나는 한국에서 싱가폴로 향하는 비행기에서처럼 한국인 승객들도 많을 줄 알았고 한국인 스튜어디스도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왠걸...
스튜어디스는 물론이고 모두가 서양 사람들이었다.
나의 양옆으로 영국사람으로 추정되는 건장한 남자가 앉았는데 내 자신이 너무 왜소해 보이는 것 같고 위축돼 버렸다.
비행기 안에서의 모든 방송도 영어로만 나오고 한국어, 한국인이 없는 비행기 안은 마치 홀로 무인도에 남은 느낌이었다...
식사시간이 다가오자 스튜어디스들이 메뉴판 같은 것을 나누어 주었다.
메뉴판에는 한 페이지에 가득 음식의 종류들이 적혀 있었다...
이것을 스튜어디스들이 오면 주문을 해야 할 것 같은데 순간 바짝 긴장이 되었다....
'우씨!! 긴장도 되고 입맛도 없는데 그냥 안먹는다 그럴까!!!'
드디어 앞에서부터 식사를 나눠주기 시작하는데 내 좌석 앞에앞에서부터 승무원과 승객들간에 어떤 대화가 오가는지 초집중하며 들어보니
"뭐 먹을래?"
"나 이거 줘"
근데 'fish' 또는 'chicken' 등 주로 메인 요리만 얘기하는 것 같았다.
그래! 나는 'chicken'으로 해야겠다.
드디어 내 차례...
"What kind of food do you want?" (실제로 어떻게 얘기했는지는 기억 안나고 대충 이렇게 질문했을 거라 생각합니다)
"chicken, please"
"Ok"
휴.... 무사히 넘어갔다...
그 이후로 귀국할 때까지 비행기에서 기내식을 줄 때에는 항상 'chicken' 을 먹은 걸로 기억에 남아 있다. ^^
식사도 하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처음에 느꼈던 긴장감도 어느 정도 누그러지고 앞에 있는 모니터를 리모컨으로 이리저리 조작하며 게임도 하니 생각보다 시간도 빨리 가는 것 같았다.
점점 영국으로 비행기가 다가갈수록 다시 걱정이 생기기 시작한다.
바로 입국심사...
당시에는 영국의 입국심사가 좀 까다롭다는 얘기들이 많았다..
물론 예상질문과 답변을 머리속에 그리고는 있었지만 얘기를 못알아들으면 어떻하지!!!! 설마 입국을 못하는 건 아니겠지!!!!
드디어 영국의 히드로 공항에 무사히 도착....
도착 시간은 저녁 8시를 막 넘긴 시간이었다...
본격적인 내 기억속의 여행이 이제 시작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