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3대 박물관을 꼽으라고 하면 영국의 대영박물관, 프랑스의 루브르 박물관, 그리고 로마의 바티칸 박물관으로 알고 있었다.
대영박물관은 입구에서는 그 크기를 가늠할 수가 없었다.
위에서 본 대영박물관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워낙 규모가 크고 세계 각지의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지만 내 눈에 보기에는 모든 것들이 그저그렇게만 보일 뿐이었다.
비치되어 있던 안내서를 가지고 돌아보긴 했지만 워낙 역사나 유적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다보니 1시간 정도 지나니 지치기 시작했다.
한가지 인상 깊었던 것은 박물관 중앙에 원형의 거대한 도서관이 자리잡고 있는데 여태껏 그렇게 큰 도서관은 처음이었다.
7일후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을 관람한 뒤 나는 한가지 결심을 했다.
"앞으로의 여행에서 박물관은 제외시켜야 겠다"
슬슬 배도 고파지기 시작하고 더이상 박물관에 머무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되어 점심먹고 내셔널 갤러리로 향했다.
14년이 지난 지금 내셔널 갤러리에서 도대체 내가 무엇을 봤는지 도통 기억이 나질 않는다.
단지 기억이 나는 것은 내셔널 갤러리에서 나오니 전면에 넓은 트라팔가 광장이 있었다는 기억뿐이다.
다음은 자연사 박물관...
솔직히 앞선 2개의 박물관보다는 재미있었던 것 같았다.
먼저 중앙 로비에 있었던 거대한 공룡의 뼈....
솔직히 뼈조각 몇 점 출토된 것에다가 인공적으로 끼워 맞춘 것 아닐까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 외, 층층마다 과학적 호기심을 유발할 만한 전시물들을 관람하였던 기억들이 어렴풋이 난다.
대영 박물관, 내셔널 갤러리, 그리고 자연사 박물관까지 관람하면서 내가 느낀 점은 작품 자체보다는 곳곳에 조각상 앞에서 자유롭게 스케치하는 사람들, 선생님의 인솔하에 학생들의 단체 관람 등 이곳 영국에서의 박물관은 이곳 사람들과 매우 친숙하고 산 교육의 현장이었다는 점이다.
적어도 우리나라보다는 국민들이 낸 세금을 국민들을 위해 쓰고 있구나하는 생각을 갖게 하였다.
조금 일찍 민박집에 들어가 좀 기다렸다 저녁을 먹은 후 드디어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을 보러 Her Majesty's Theatre' 로 향했다.
표는 어제 미리 예약을 했었다.
내가 예약한 자리는 2층에서 약간 앞쪽 자리였고 뮤지컬을 보는데 지장은 없었다.
사진 촬영은 엄격히 금하고 있었고 자리 안내를 받은 후 곧 시작되었다.
오페라의 유령은 사전에 내용을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고 영어의 듣기 능력은 거의 제로에 가까왔기 때문에 뮤지컬 내내 대화의 내용은 전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러면 박물관처럼 따분했는냐....
전혀 그렇지 않았다.
먼저 배우들의 열연과 가창력이 가히 폭발적이었다.
특별히 감동을 받은 건 무대였다.
어떻게 저렇게 화려한 무대의 배경이 잠깐 막이 내려가고 올라간 순간에 완전히 180도 바뀔수가 있는 건지....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첫 막이 올라간 순간부터 마지막 막이 내려간 순간까지 모든 것이 내겐 감동이었다.
그리고 그 감동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그 감동을 잊지 못하여 여행을 다녀온 후 1년이 지나 대한민국 부산 벡스코에서 뮤지컬 "캣츠"를 외국에서 오리지널 공연팀이 내한하여 공연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 인턴으로 한창 바쁜 시기였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좋은 좌석을 예매하여 보기도 하였다.
솔직히 국내에서 공연한 "캣츠"는 배우의 연기는 훌륭했으나 급조된 무대라 그런지 큰 감동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