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관광지는 한번 훌터본 터라 무엇을 할 지 고민을 하다가 관광지가 아닌 런던내 주민들이 사는 동네를 무작정 걸어다니기로 하였다. 

사실 이 생각은 내가 한 것이 아니고 둘째날 야경을 보러 갔을 때 같이 갔던 한국 공무원 신분의 여성분의 의견이었다. 

나는 공무원에 대해선 그렇게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 

3년 간 공중보건의 시절을 보내면서 접했던 공무원들은 주로 자신의 승진을 위해 남을 이용하고 실적만을 중요시하는 모습으로 비춰졌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분은 좀 특이하였다. 

일단은 여성분이었지만 생김새가 중성적이었다. 

성격도 남자같았다. 

전체적으로 풍기는 인상은 냉소적인 느낌이랄까.... 

해외 파견근무로 프랑스 파리에서 수 년간 있다가 귀국을 앞두고 영국으로 여행온 거라 하였다. 

솔직히 한국 남성이 보기에 여성으로서의 매력은 전혀 느낄 수가 없었다(뭐... 상대방도 나를 그렇게 봤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은 많은 외국 남자들과 연애를 하였고 지금도 결혼을 생각하고 있는 남자 친구가 있다고 하였다. 

그래서 한국으로 귀국을 할 지, 그냥 외국 남자랑 결혼해서 외국에 살 지 고민중이란다... 

외국 남자랑 사귀면서 드는 느낌은 겉으로는 무척 친절하고 자상한 것 같지만 자신의 내면은 숨기는 경향이 있다고 하였다. 

그리고 한국 사회에 대해 자신이 받은 상처가 많아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는 속내를 얘기하기도 하였다. 

그렇게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그냥 평범한 동네를 거닐다보니 놀이터에서 아빠랑 아이들이 함께 어울려 노는 모습이 정겹다. 

런던의 날씨는 늘 우중충하다고 얘기를 들었었는데 내가 영국에 머무는 내내 늘 화창한 가을 날씨였다. 

다음날은 민박집 주인이 주말마다 열리는 벼룩시장에 가면 볼거리가 많다고하여 갔는데 (정확히 그곳 이름은 생각이 안난다) 마침 가랑비도 오고 혼자여서 그런지 왠지 내 자신이 처량하게 느껴진다... 

터벅터벅 조금만 걸어가니 큰 공원이 나오는데 아마도 하이디 파크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과연 축구의 나라답게 드넓은 공원 곳곳에서 많은 이들이 축구 경기를 하고 있었다(우리나라의 조기축구 회원들처럼 보였다). 

축구하는 것을 구경하다가 배가 고파 벤치에 앉아 비행기를 타고 올 때 챙겨두고 아껴놨던 견과류를 봉지를 뜯어 먹었다. 

이제 내일이면 유로스타를 타고 해저 터널을 지나 프랑스 파리로 갈 예정이다. 

유럽의 첫 여행지였던 영국 런던.... 

유명 관광지부터 동네의 뒷골목까지.... 

이제는 유럽이라는 곳이 더이상 낯설지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