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숙소에서 눈을 뜨자마자 향한 곳은 당연히 경찰서였다
혹시 밤사이 도난당한 가방을 경찰이 찾았을까 해서였다..
그러기를 수 차례 방문하였으나 나중에는 깨달았다...
낯선 이국땅에 온 남자의 어려움에는 그렇게 신경쓰고 있지 않다는 것을...
가방을 찾는 것은 이제 포기하였다...
가장 큰 문제는 유럽내 나라간 이동은 기차로 해야 하는데 유레일 패스가 없어 발이 묶여버렸다는 것이다...
마침 암스테르담의 중앙역은 유레일 패스를 판매하는 역이어서 마음만 먹으면 구입은 할 수 있었지만
문제는 가격이었다...
정확히 확인된 사실인지는 모르겠으나 원래는 유레일패스 분실시 다시 재발급이 가능하지만 한국 사람들이
분실하지도 않았는데 분실했다고 사기(??)를 많이 쳐서 한국국적의 사람들에게는 유레일 패스의 재발급이
안된다고 알고 있었다...
오전부터 날이 흐리더니 오후가 되니까 비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한다...
날씨 탓이었을까!! 머나먼 이국땅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나의 처지가 너무 서럽게 여겨졌다...
중앙역의 한쪽켠에 우두커니 앉아있는데 바로 옆에서 젊은 한국인 여행객들이 어제 암스테르담 홍등가에서
경험했던 일들을 무용담처럼 재잘거리는데 그냥 피하고 싶은 마음에 멀찍이 떨어져 앉았던 기억도 난다...
시간은 흘러 오후가 되었고 이제는 결정을 해야 할 시간이다...
유레일 패스 없이 3~4개 국가만 선택해서 2달간 집중적으로 여행할 것인가!!
아니면 비용은 들더라도 이왕 2개월 계획해서 나왔고 이런 기회가 언제 다시 올 지 알 수 없으니
비록 100만원이 넘는 고액이지만 다시 유레일 패스를 구입해서 그냥 자유롭게 여행할 것인가!!
어느 정도 마음을 추스르니 선택은 명확해졌다... 후자를 선택하기로...
중앙역에서 한달짜리 유레일 패스를 구입하였고 다음 행선지로 독일 뮌헨으로 결정하였다..
야간열차를 타야해서 티켓창구에서 좌석(seat)를 예약하고 처음으로 유럽에 와서 야간열차를 타게 되었다...
<네덜란드를 마무리하면서>
원래의 계획은 풍차 마을 잔세스칸스를 가려고 했지만 유레일 패스도 없고 어디를 여행할 기분이 아니었기에
제대로 여행도 못해보고 네덜란드를 떠나야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하지만 지금도 간혹 여행 얘기가 나오면 나는 이때의 사건을 마치 무용담처럼 얘기를 하곤 한다...
비록 가방, 유레일 패스, 책자, 카메라 등을 잃어버리긴 했지만, 그래서 프롤로그에서 얘기했던 것처럼
그때의 사진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지만 잃어버렸던 것들의 가치와는 비교할 수 없는 추억의 가치로 남아 있기에
나는 그 때의 일을 떠올리면 지금도 즐거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