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조 : 이번 여행기에 나오는 사진들은 주로 "사강"님의 블로그에서 가져온 것들입니다...
나의 옛 추억을 찾아서 대학 도시 루벤을 찾아나서기로 하였다....
사실 아무런 준비도 없었다...
내가 찾아갈려는 곳의 주소도 모르고 지도도 없었으며 그냥 루벤에 가면 모든 것이 기억이 날 것만 같았다...
무작정 브뤼셀에서 루벤으로 가는 기차를 타고 내려서 거리를 나왔더니 저 멀리서 익숙한 건물이 눈에 띤다...
어릴적 시청 광장에 한번씩 갔었기 때문에 이 건물에 대한 기억이 남아 있었고 시청 광장에 들어서는 순간 "내가 살던 동네에 갈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옛날 찍었던 어릴적 사진들을 모아둔 앨범에서 루벤의 시청 광장에서 찍었던 사진의 한 컷이 기억이 났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발생했다....
내가 살던 동네 이름도 몰랐던 나는 도대체 어느 방향으로 가야할 지 가늠조차 할 수가 없었다...
동네 이름 조차도 모르니 누구한테 물어볼 수도 없었다...
당시에는 휴대폰으로 로밍을 해서 통화를 하는 그런 것이 없었기 때문에 일단은 공중전화기부터 찾기 시작했다....
건물의 한켠에 공중전화기가 있는 것을 발견하고 영국에서 사용하였던 쓰다남은 전화기 카드를 사용하였는지 동전을 사용하였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여하튼 수신자 부담으로 한국에 있는 어머니께 전화를 급하게 걸었다....
다행히 신호가 갔고 어머니께서 전화를 받으셨다...
자초지종 상황을 설명드리고 우리가 예전에 살았던 동네 이름이 무엇인지 가르쳐 달라고 했다...
음.....
잠시 생각을 하시더니 수화기 너머로 "그룻 베긴호프" 라고 말씀하셨다....
전화를 끊고 일단 지나가는 사람들한테 물어보기 시작했다...
"Excuse me, Do you know where is 그룻 베긴호프?"
꾀죄죄한 남자 동양인이 물어보는 것이 불쾌하셨는지 신경질적으로 "I don't know" 그러신다...
두어명에게 물어봤지만 대답은 마찬가지였다.. 자기는 모르겠단다...
영국에서와는 사뭇 다른 반응이었다...
할 수 없이 시청 광장 주변을 걸어다니면서 표지판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Groot Begijnhof"
표지판을 찾았다...
표시된 방향으로 난 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차차 익숙해진 거리가 나오더니..... 드디어 꿈에 그리던 내가 살던 동네로 들어섰다...
위의 사진에서 동그라미를 친 곳이 우리 가족이 살았던 집이었다...
멀리 보이는 성당은 당시 보수 중이에서 내부에 들어갈 수는 없었는데 그로부터 14년이 지난 지금은 아마도 보수를 끝내지 않았을까.....
사진의 맞은편에는 잔디밭이 있는데 학교를 마치면 항상 동네 아이들과 축구를 하던 곳이었다...
<구글어스 검색>
잔디에도 들어가고 싶었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들어가지 못하도록 줄을 쳐놔서 아쉬운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지금부터 아래의 사진들은 내가 살던 동네의 정경들이다...
당시에는 이곳이 운하마을이었다는 것을 모르고 그냥 강이 흐르고 있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비가 많이 오는 날이면 흐르는 물소리가 담장너머로 꽐꽐꽐 굉음을 내며 들리곤 하였다...
당시 형편이 어려웠던 우리집은 주요 교통수단이 위의 사진과 같은 자전거였고 한번씩 버려진 자전거를 집에 가져와 수리해서 쓰곤 하였다.
동네 구석구석을 기억을 더듬으며 걷다보니 내 기억 속의 마을이 당시보다는 2배로 작아진 느낌이었다...
마치 내가 걸리버처럼 거인이 되어 미니어처와 같은 마을을 걷고 있는 느낌이랄까...
그도 그럴것이 당시 9-10세 였던 나였기에 30살인 지금의 눈으로 보기에는 당연히 그렇게 느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다시 발길을 돌려 내가 1년 반동안 다녔던 초등학교를 당시 등교길을 따라 걸어 도착해보니 마치 폐교가 된 것처럼 건물은 그대로지만 교문은 폐쇄되어 있었다....
한번 안으로 들어가볼까 기웃기웃하다가 왠지 이상한 사람으로 오인될까봐 그냥 돌아섰다...
나의 학교생활은 그렇게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지는 않았다...
뭣모르고 어머니를 따라 낯선 이국땅에 살게 된 나는 도착 다음날 바로 현지의 학교에 입학을 하였고 말도 한마디도 할 줄 몰랐던 나는 그냥 내내 투명인간처럼 지냈기에 아무도 학교 친구가 없었다..
살던 마을을 나오면 차가 다니는 큰길을 가로지르는 지하도가 있는데 어릴적 비가 오는 날이면 늘 지하도에 한쪽으로 물이 고여 있어 자전거로 지하도의 내리막길을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그대로 내려와 물이 고여 있는 곳을 지나면서 큰 물보라를 일으키며 좋아했던 기억도 새롭다...
그 지하도를 건너면 큰 마트가 2개가 있었는데 하나는 없어진 것 같고 하나는 그 때와 같은 이름으로 동일하게 운영을 하고 있었다..
구글을 검색해보니 이 마트의 이름은 "Delhaize Heverlee" 였다...
어릴적 이 마트에서 달걀모양의 쵸코릿을 사면 흰자에 해당되는 부위는 쵸코, 노른자에 해당되는 부위는 조그만 장난감이 들어 있었다...
점심 시간이 훌쩍 지난 시간이어서 간단하게 점심 대용으로 마트에서 먹을 거리를 사서 벤치에 앉아 허기를 채웠다....
다음으로 향한 곳은 어릴 적 늘 형들이랑 또는 부모님이랑 산책을 하였던 축구장 및 여러 운동 시설 등을 갖춘 큰 공원이었다...
다른 곳과는 달리 이곳은 어릴 적 기억과는 달리 많이 변해 있었다...
내가 살던 마을과 마켓, 그리고 공원까지.... 한 4 시간 정도 걸렸을까!!!
사실 배도 고팠고 몸도 많이 피로했지만 여행의 목적 중 어떻게 보면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한 부분을 해냈다는 어떤 안도감이 밀려왔다....
그로부터 14년이 지난 지금.... 다시 6년이 지나 20년이 되었을 때 그 때는 나 혼자가 아닌 아내와 나의 자녀들과 함께 다시 그곳을 방문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