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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입견

NAME : 최고관리자     DATE : 15-05-29 16:58     HIT : 1026

대학병원 응급실 인턴 때의 일이다. 당시 2교대로 12시간 일하고 12시간 비번이었다. 사실 인턴은 응급실에 환자가 왔을 때 환자의 상태에 따라 응급 조치를 하고 해당과로 연락해주는 것이 주업무였다. 간호사로부터 간성혼수 환자가 응급실로 이송되어 오고 있다고 전해 들었고 환자가 도착했는데 의식이 혼미하였다. 보호자도 없고 환자와는 문진을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어서 먼저 간내과 레지던트에게 연락을 하고 지시를 받았다. 이후 내과 레지던트가 내려왔고 내가 할 일은 다했다고 생각이 들어서 남은 시간동안 다른 환자의 일을 하고 교대 후 응급실을 빠져 나왔다.. 다음날 응급실에 다시 들어가기 몇 시간 전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받아보니 신경외과 레지던트였다... 다짜고짜 너가 어제 의식이 혼미했던 환자를 본 인턴이냐고 묻길래 맞다고 했더니 왜 신경외과에 noty하지 않았나고, 그 환자 간성혼수가 아니고 뇌출혈로 의식이 혼미했던 것이라고... 너가 책임질거냐고.. 막 혼내는 것이다.. 한대 맞은 기분이었다.. 오히려 간성혼수라는 얘기를 안했으면 의식이 혼미하니 먼저 중추신경계쪽으로 생각을 했을 텐데 간성 혼수라는 선입견에 내눈과 생각이 가려져 다른 원인은 아예 생각조차도 안한 것이었다..... 할 말이 없었다.. '네! 알겠습니다.' 그러곤 그냥 전화를 끊었다. 내가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을 져야 하겠구나.. 응급실에 다시 들어갈 시간이 되어 들어가니 이에 대해 별다른 언급은 없었다... 사실 그 환자가 어떻게 됐는지는 모른다. 솔직히 알고 싶지가 않았다. 한번씩 이런 생각을 하곤 한다... 사람은 기계가 아니므로 다른 직업은 자신의 실수를 만회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지만 의사라는 직업은 하나의 실수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고, 또 만회할 수도 없으며, 때로는 선입견 조차도 허용되지 않는 직업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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