쉴만한 물가에서 > MStory

눈물

NAME : skyhealth DATE : 15-06-30 11:36 HIT : 1020

학창시절 특별한 재능도 없고 무언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없었던 나는 아버지가 의사여서인지

자연스레 의사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돌이켜 보건데 꼭 적성에 맞는 건 아니었지만 의사의 길을

선택한 것은 잘한 일인 것 같다. 한번씩 생각해 볼 때가 있었다. 내가 의사를 하지 않으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사회성도 떨어져 세일즈는 안될 것 같고 특별한 기술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기술자로도

안되고.... 막막해지는 것 같았다... 지금은 가정을 이루고 두 아이의 아버지로서 책임감 때문이라도

의사가 아닌 다른 일을 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되었다...

지금껏 살아온 내 인생에서 의사라는 직업인으로서 눈물을 흘린 적은 딱 한번 있었다.

레지던트 2년차 때였다. 2년차가 되고 처음으로 담당한 과는 소화기 내과였다..

내과에서의 레지던트 2년차는 입원 환자들의 주치의뿐만 아니라 응급실 당직 및 환자에 관련된 모든 책임을

져야 했고, 환자가 위중할 경우에는 잠도 자지 못하고 필요에 따라 조치를 취해야 했다. 일과를 마치면 새벽 2-3시인

경우가 허다했다..

나름 최선을 다했지만 모든 것이 내겐 역부족이었다.. 잘 챙겨지지 못한 부분들이 생기고 몸은 자꾸만 지쳐갔다..

어느 순간부터 담당 교수님으로부터 참기 힘들 정도의 압박과 모욕감까지 들 정도로 나를 다그치기 시작했다..

결국에는.... 모든 것이 방전되어 버렸고 더이상은 버틸 수가 없었다.

'떠나야겠다'

아침 회진 때 환자들의 차트를 모아서 차트를 먼저 검토를 하는데 교수님이 다시 다그치기 시작했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고 내게 넘겨진 차트는 그대로 옆으로 쌓아놨다. 교수님도 어떤 눈치를 채셨는지 혼자 차트를 검토하시고는

자리에 일어섰다.. 평소 같으면 교수님보다 앞서 병실을 다니면서 환자에 대해 간략한 프리젠테이션을 하는데 회진을 돌지 않고

그냥 병원내 숙소로 돌아왔다.. 그리곤 가만히 핸드폰을 들어 어머니께 전화를 걸었다.. 어머니께서 받으셨다.

순간 마음이 먹먹해졌다.. 어머니.... 제가 좀 힘들어서 집으로 가야겠어요.... 그 말을 하곤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핸드폰

너머로 어머니도 함께 우셨다.... 어머니께서 말씀하셨다. 그래.. 우선 집으로 오너라. 좀 쉬고 앞으로 어떻게 할 지 생각해 보자...
.
.
.

병원을 나가기 전 주니어 스탭 선생님께 병원 나간다고 말씀을 드릴려고 연구실을 찾아갔다..

나의 얘기를 조용히 듣더니 '갑자기 나가면 혼란이 있을 수 있으니까 일주일 정도는 일을 하면서 정리할 것은 정리하는 것이

예의일 것 같습니다.'

그 일주일이 한달이 되었고 1년이 되었으며 10년이 지나 지금에 이르게 된 것이다..

돌이켜 보건데 인턴 1년과 레지던트 2년 총 3년 간은 내 일생의 가장 힘든 시기가 아니었나하는 생각이 든다..

그 때의 눈물을 생각하면 지금의 순간순간 어려움은 그때랑은 비할 바가 못되었다.

나의 인생이 언제 마무리 될 지 알 수 없고 아직도 많은 눈물의 시간이 있겠지만 앞서의 고통과 서러움에 의한 눈물은

한번으로만 족하기를 이글을 쓰면서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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