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부터 보아 온 아리따운 환자가 있었다. 청순가련형의 날씬한 분이었다. 그런데 이분한테는 문제가 있었다. 바로 건강 염려증과 성형 중독 조금만 몸에 이상이 있다고 느껴지면 바로 병원을 찾아오곤 했다. 1년 전에는 시중에 몸에 좋다는 것은 이것저것 다 사서 과량 복용하는 바람에 심각한 독성 간염으로 황달과 복수로 위험한 지경에 이르기도 하였다. 외래를 방문할 때마다 조금씩조금씩 얼굴이 좀 변하는가 싶더니 오늘 외래를 방문하였는데 급기야는 입술이 뒤집어져서 인상이 확 바껴버린 것이다. 솔직히 좀 느끼하기도 하고 거부감까지 들기도 하였다. 당연히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다른 한 중년의 여성분도 떠올려진다. 사실 이 분을 처음 봤을 땐 미안한 얘기지만 '와! 저렇게 생겨서 인생 살아가기가 참 힘들겠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분도 건강상의 이유로 비교적 자주 병원을 찾으시는 분이었는데 이분의 특징은 늘 명랑하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긍정의 마인드를 가지고 있었다. 자꾸자꾸 보다보니 이분의 인상과 말에 내가 매료됨을 느꼈고 처음 봤을 때의 그 거부감은 눈 녹 듯 사라지고 오히려 그 얼굴이 친근감으로 다가와 손이라도 꼭 잡아주고 싶은 마음마져 들었다.
얼굴도 예쁘고 마음도 예쁘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마음이 병들어 있다면 아무리 외모는 출중하더라도 결국에는 그 마음의 병으로 말미암아 그 예쁜 외모가 가려진다는 것을 오늘 다시금 깨닫는 하루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