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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과의사로 산다는 건

NAME : skyhealth     DATE : 15-07-04 10:05     HIT : 1002

나는 내과의사다. 내가 근무하는 곳은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이 아닌 일반병원으로 흔히 방송이나 드라마에서 보는 것처럼 촉각을 다투는 그런 드라마틱한 환경이 아닌 만성 질환자들을 위주로 차분히 외래를 보면서 감기나 검진을 위주로 하는 환경이다. 대학 병원에서 레지던트를 할 때에는 밤이고 낮이고 응급 상황이 발생하면 부리나케 환자로 달려가던 시절이 없었던 건 아니었다. 1차 진료를 담당하는 내과 의사로서의 일차적인 역할은 병의 치료보다는 병의 진단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병의 치료 중에 문제가 발생하기보다는 병의 진단을 놓치는 경우에 더 낭패를 볼 수가 있다. 한번은 환자가 몸살이 심해서 왔는데 가는 병원마다 단순 몸살이라고 하는데 본인은 몸살은 아닌 것 같다면서 외래를 방문하였다. 환자의 기록을 보니 2개월전에 복부 초음파를 한 적이 있어 복부 초음파를 제외한 나머지 검사들을 진행하였는데 특별한 이상이 없어 약을 처방하고 돌려보냈다. 그 환자가 2주가 지나 다시 외래를 찾았는데 나를 보자마자 소리를 지르며 2주 전 검사를 다 환불해내라고 하는 것이었다. 얘기를 들어보니 본원에서 몸살약을 받고 집에 갔는데 밤에 배가 아파서 종합병원 응급실을 갔더니 복부 초음파를 시행하였고 검사상 담석이 나와 수술을 하였다는 것이었다.. 즉, 담석인데 몸살로 오진을 했으니 검사비를 다 물어내라는 것이었다. 하나의 예에 불과하다. 오늘 대장내시경 검사를 하였다. 외래에서 고혈압으로 꾸준히 약을 복용하던 70을 갓 넘기신 남자 환자였다. 이전에도 한번씩 건강검진을 받아보셔야 된다고 얘기를 했었고 생애 처음으로 대장내시경을 받으시는 거였다. 맹장까지 내시경을 삽입하고 내시경을 빼면서 점막을 관찰하던 중 점막에서 물과 함께 피가 고여 있는 것이 보여 좀 불길하더니 아니나다를까 암으로 추정되는 병변이 크게 자리잡고 있었다. 검사 후 보호자를 불렀다.. 여지껏 검사를 통해 위암, 십이지장암, 대장암, 식도암, 간암, 신장암, 폐암, 갑상선암, 췌장암 등등 많은 암을 진단했었지만 이 사실을 환자든 보호자든 알릴 때에는 암을 진단했으므로 나의 책임을 다했다는 안도감과, 반대로 나의 얘기를 듣고 환자나 보호자의 입장에서 느낄 고통과 절망에 대한 양면적인 감정적 교차를 느끼곤 했다. 솔직히 얘기를 하자면 나의 역할을 다했다는 안도감이 더 컸던 것 같다. 오늘도... 역지사지의 입장보다는 안도감이 더 컸던 것이 솔직한 나의 감정이었다. 내과의사로서 더 성숙해 간다는 것은 아마도 절망과 고통을 받아드려야하는 그들의 입장을 더 이해하고 긍휼이 여기는 마음이 더 크게 자리잡는 과정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JIS   17-12-09 20:56 오늘 사이트 알게되서 구경하게 되었어요 유용한 사이트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오늘 사이트 알게되서 구경하게 되었어요 유용한 사이트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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